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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22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I 리뷰_ 음악춘추2022_07월호 2022-07-09 210

리뷰: 2022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해석소통

 

장유라(음악학자)

 

3년째 접어든 코로나 상황이 이제는 정점을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실외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된 시점이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화창했던 519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의 분위기가 지난 2년에 비해 편안하게 느껴졌다. 음악회를 위한 제목을 해석소통으로 붙인 이유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은 작용하지 않았을까? ‘해석소통은 작품들을 처음 접하였을 때 떠오른 개념들이다. 어떤 작품은 작품 내부의 심층을 지향하고 있어 해석을 요구하고, 어떤 곡은 보다 청중을 고려하여 소통을 위해 작곡되었다는 생각이다. 이때 해석은 슐라이어마허에 의해 철학의 한 분과로 자리 잡은 해석학적해석이고, 소통은 대화적 이성 능력의 긍정적인 사용을 주장한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첫 번째 이신혜의 플루트, 첼로, 피아노를 위한 ‘Alloy’합금의 물리적 성질을 세 악기로 표현한 작품이다. 금속 간 화합물에는 순수한 금속 안에 다른 합금 또는 순수 금속이 끼어 있다. 금속의 성질을 플루트 음색으로, 첨가되는 다른 원소를 첼로 음색으로, 이것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합금을 피아노로 표현하였다. 순수한 성질을 플루트의 높은 A음 반복으로, 첨가되는 원소들은 첼로의 변화음들로, 결합된 새로운 물질은 피아노의 풍부한 다이내믹의 밀도 높은 음향으로 구성되었다. 감상자는 이 작품에 대하여 나름의 해석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합금의 결과물들이 어떠한 형상으로 남게 되는가를 감상 포인트로 가질 수 있는 작품이었다


김희정의 피아노 솔로를 위한 아리랑, 아리랑은 마치 추상 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락을 떠올리게 하였다. 한가지의 색, 단순한 붓 놀림으로 그 커다란 화폭에 자유로운 세상을 펼치는 화가의 모습이 피아노 솔로를 위한 아리랑, 아리랑의 단순성, 화려함과 매우 유사하였다


류창순의 플루트와 클라리넷 이중주 여기는 초기작 저쪽Over there for violin & cello(2008)의 후속작이다. 십수 년이 지나 쓰게 된 여기는 그간 지나온 삶의 궤적을 돌아보는 의미가 있다고 하여 감상의 방향을 지시해주는 점이 좋았다.


김광희의 통영 오광대 중에서 다섯광대의 애가(哀歌)’는 동서악회의 우리가락 프로젝트, ‘탈들이 날아와 소리가 되다두 번째 시리즈를 위해 작곡되었다고 한다. 판소리 풍으로 현대 주법과 전통을 엮어 만든 조화의 아름다움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모든 것이 담겨져 있고, 담겨져 있는 것이 가감없이 발산되는 이 작품에서는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졌다


이은주의 호른 독주를 위한 정제된 시간은 현시대에 대한 작곡가의 소망이 담긴 작품이다. 혼돈의 시간과 정제의 시간, 이를 중재하는 이상적인 시간을 중심음 G, B, A음의 음정 관계로 나타내어 작품의 내적 형식이 두드러졌다


임경신의 현악4중주를 위한 호접지몽: 나비의 꿈에서 작곡가는 언어로 단정짓기엔 너무 광범위한 사상의 심오함은 음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하였다. 이는 예술작품은 놀이다라고 천명한 철학적 해석학자 가다머의 이론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퍼스트 바이올린의 선율선이 하행과 상행의 사선을 그리는 동안 다른 악기들은 평행선을 유지하며 마치 나비의 외형이 형상화된 모습을 보인 인트로와 창공을 향해 날아가버린 나비를 연상시키는 듯한 마지막이 인상적이었다


윤해중의 ‘Poem’ for Flute, Marimba and Contrabass 대칭구조를 이용하여 세 악기로 써 내려간 한 편의 서사시느낌의 작품이었다. 아주 잘 짜여진 형식미가 특징적이며, 기승전결이 정확하게 들리는 작품이었다. 해석되고 소통되는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와 음악에 마음껏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은 안도감이 들었다.


슐라이어마허에 의해 철학의 한 분과로 자리하게 된 해석학은 딜타이의 체험, 표현, 이해라는 삼중주 안에서 음악에 적용된다. 작곡가의 체험이 음악적 언어로 표현되고, 이는 이해의 과정을 거쳐 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슐라이어마허와 딜타이를 연구한 가다머는 놀이 개념을 예술에 비유하였고, 그의 지평혼융은 현대 창작음악을 이해하는 기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버마스는 이러한 해석학을 대화로 이끈다. 하버마스가 주장한 대화적 이성 능력의 긍정적인 사용이 음악작품에 가장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주제어라고 생각하였다. 작곡가 한분 한분은 자신의 창작력을 나름의 방식으로 대화라는 주제에 담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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